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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토양 유기물에 대한 오해와 진실

작성일
2023.12.11
수정일
2023.12.11
작성자
김하민
조회수
552
[시론] 토양 유기물에 대한 오해와 진실 대표이미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로 대표되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흙을 물·불·공기와 함께 만물의 근원 중 하나로 생각했다. 인간을 뜻하는 영어 ‘human’도 흙을 뜻하는 라틴어 ‘humus’에서 유래했다니 더 그럴듯하다. 성경 창세기에도 흙으로 사람을 만들었다는 내용이 있다.

토양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아마도 강의 첫 시간에 토양의 기능을 배울 것이다. 토양의 대표적 기능은 식량 생산, 수질 정화, 물질 순환, 생물 서식처 제공 등으로 요약된다. 토양이 이런 기능을 제공하려면 유기물이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유기물은 그 자체가 토양 동물과 미생물의 먹이가 되는 것은 물론 분해돼 식물에 양분을 공급하고, 흙덩어리를 만들어 토양의 여러 성질을 좋아지게 하기 때문이다. 산이나 들에 우리가 따로 비료를 주지 않아도 나무와 풀이 잘 자라는 것은 유기물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경지는 어떠한가. 농사를 짓기 위해 매년 땅을 갈아엎어 유기물이 빨리 분해되고, 볏짚 같은 작물의 잔사도 농경지 밖으로 빠져나간다. 그래서 농경지 내 유기물은 매년 감소해 토양의 비옥도가 낮아지고 화학비료를 더 많이 뿌리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런 방식의 농업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그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친환경농업 같은 식량생산 시스템이 주목받고 있다.


지속가능한 농업시스템의 핵심은 토양 유기물 관리다. 하지만 최근 토양 유기물은 논란거리가 됐다. 토양 유기물이 많으면 농경지, 특히 논에서 온실가스인 메탄이 많이 방출된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우리나라는 2050 탄소중립을 위해 에너지·건물·수송 등 분야별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농업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메탄은 화석연료 사용으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를 더 크게 일으키기 때문에 국제적으로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150개국 이상이 2030년까지 2020년 대비 메탄 방출량을 30% 줄이는 내용의 ‘메탄 서약(Global Methane Pledge)’에 가입했다.

탄소중립을 실천하고 서약을 지키기 위해 논에서 방출되는 메탄은 반드시 줄여야 한다. 그런데 그 첫번째 방안이 논에 유기물을 적게 투입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어 안타깝다. ‘메탄이 많이 발생하니 논에 유기물을 투입하면 안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비유하자면 ‘돈을 많이 쓰니 소득을 줄여야 한다’고 말하는 것만큼 어불성설이다. 결국 소득은 늘리고 불필요한 지출은 줄여서 적절하게 소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벼 재배에 널리 이용되는 가장 대표적인 유기물은 녹비다. 녹비를 모내기 전 잘라서 토양에 넣어주면, 벼 생산에 충분한 질소가 공급돼 그만큼 화학비료 사용을 줄일 수 있다. 물론 예상할 수 있듯 녹비가 분해되는 과정에서 메탄이 생성된다. 그렇다고 해서 화학비료가 대안이 될 수는 없다. 화학비료를 만들고 운반하는 과정에서도 온실가스가 나오기 때문이다. 화학비료 생산·운반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농업분야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기후변화는 전 지구적 문제이기에 전 분야에서 감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녹비를 사용하면서 메탄을 적게 배출할 수 있는 영농법을 적용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논 중간 물떼기의 메탄 저감 효과는 전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논에 물 대기 훨씬 이전에 녹비를 갈아서 토양에 넣어주면 메탄이 대폭 저감된다는 연구도 있다. 토양 유기물 사용을 권장하면서도 메탄을 줄일 수 있는 복합적인 영농 관리 기술 보급이 필요하다.

최우정 전남대 교수·기후변화대응농생명연구소장

[링크]  [시론] 토양 유기물에 대한 오해와 진실 (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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