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번호
- 1056164
[시론] 기후위기 시대, 시비관리 ‘토양 중심’으로 바꿔야
- 작성일
- 2026.09.23
- 수정일
- 2026.09.23
- 작성자
- 김하민
- 조회수
- 9
기후위기가 식량생산의 근본인 토양을 위협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토양 유기물 분해가 빨라지고 미생물 생태계가 교란되는 등 토양의 전반적인 건강이 훼손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농작물 수확량 감소를 넘어, 인류의 지속가능한 식량생산 체계 자체가 흔들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제 농업은 안정적인 식량생산이라는 기존 목표를 넘어 토양 건강성 회복, 온실가스 감축, 탄소 저장이라는 다각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기후스마트농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하다.
하지만 우리의 시비 관리는 여전히 과거의 틀에 갇혀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시비 정책은 작물 생장에 필요한 특정 원소(질소·인산·칼륨)를 공급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화학비료와 유기질비료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이 지배적이다. 이로 인해 화학비료 사용량은 줄었지만, 반대로 퇴비와 유기질비료의 투입이 증가하고 있다. 그 결과 질소와 인산 양분 수지는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는 토양의 물리·화학·생물학적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못한 시비 관리 결과다.
더 큰 문제는 온실가스 감축 전략이다. 농업부문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화학비료 감축이 권장되고 있다. 그런데 농경지에서 배출되는 아산화질소의 절반 이상이 가축분 퇴비를 포함한 유기질비료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단순히 화학비료만 줄이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젠 ‘양분 중심’의 시비 관리에서 벗어나, 토양의 건강은 물론 투입 물질의 특성·기능을 반영한 ‘토양 중심’의 종합 시비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우선 토양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관리가 필요하다. 모래가 많아 수분과 양분 보유력이 낮은 사질계 토양에는 분해 속도가 느린 가축분 퇴비와 바이오차를 적절히 배합해 토양의 기능을 높여야 한다. 반면 양분 보유 능력이 좋은 식질계 토양에는 화학비료를 통해 필요한 양분을 정밀하게 공급하고, 유기질비료로 미생물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또 농경지 이용 유형에 따른 세분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예를 들면, 논 농업에서는 메탄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화학비료를 먼저 활용하되 유기물도 적절히 투입하는 게 바람직하다. 논에 유기물을 투입하면 메탄 발생이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논에서 메탄 배출은 물 관리에 절대적으로 영향받는다. 시설재배지는 오랜 기간 퇴비 사용으로 인한 염류집적과 토양 알칼리화문제가 심각하므로, 토양 검정을 바탕으로 최소한의 화학비료를 공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토양 탄소 저장의 핵심기술인 바이오차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 바이오차는 온실가스 저감과 토양 건강 개선에 탁월한 도구이지만, 그 자체가 비료는 아니다. 바이오차의 장기 사용에 따른 토양 알칼리화와 중금속 축적 가능성을 면밀히 따져야 한다. 자칫 잘못된 과잉투입은 토양의 공극을 막거나 알칼리화를 초래해 오히려 토양의 건강을 해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기후스마트농업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실질적인 농업현장의 변화를 요구한다. 이제 우리는 작물의 양분 요구량만을 계산하는 ‘단순 생산자’에서 벗어나, 토양이라는 복잡한 생태계를 관리하는 ‘환경 관리자’로 거듭나야 한다. 농경지 토양을 건강하게 가꾸는 것이 기후위기라는 파고를 넘고 식량안보를 확보하는 강력하고 지속가능한 해법이다.
최우정 전남대 지역바이오시스템공학과 교수
- 첨부파일
- 첨부파일이(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