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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농업 AI 전환 출발점은 ‘정확한 표준과 데이터’
- 작성일
- 2026.03.25
- 수정일
- 2026.03.25
- 작성자
- 김하민
- 조회수
- 9
요즘 생성형 인공지능(AI)이 화두다. 교육자로서 국내외 대학생들이 AI로 작성한 보고서를 제출해 교수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기사를 접할 때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과거엔 동료 보고서를 베껴서 제출해 “베끼지 마세요”라는 말을 많이 듣곤 했다. 하지만 교수들이 AI의 유용함을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나부터도 연구 자료를 찾을 때 AI를 적극 활용한다. 과거와 비교하면 자료 검색 시간을 절반 이상 단축해주니 그만큼 사유의 깊이를 더할 시간을 벌어 연구 효율이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물론 생성형 AI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엉뚱한 답을 내놓기도 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농경지의 토양 유기물 특성에 관해 질문하면, 그럴듯한 답변과 함께 참고문헌까지 제시하지만 정작 그 문헌이 실존하지 않는 가짜인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럴 때면 ‘인지적 한계를 지닌 인간이 만든 AI라 인간을 닮아 거짓말도 하는구나'라며 너그럽게 넘기게 된다.
하지만 AI를 농업에 접목하는 AX(AI Transformation·AI 전환) 측면으로 넘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리가 농업 AI에 기대하는 것은 방대한 지식에 기반한 ‘정확도 높은 의사결정 지원’이기 때문이다. 가령 토양 유기물에 대해 질문했을 때 AI는 단순히 정의를 나열하는 수준을 넘어 다음과 같은 최적의 처방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현재 귀하의 토양 유기물 함량은 적정 기준보다 ○○만큼 부족하므로 퇴비를 □□톤 시비하면 작물 수량이 △%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의사결정 알고리즘에는 토양학·식물영양학·작물학·농업경제학·기후공학 등 수많은 학문분야가 씨줄과 날줄처럼 긴밀하게 얽혀야 한다. 이 모든 판단의 출발점은 현재 내 땅의 토양 유기물 상태가 어떠한지, 그 수치가 과연 적정한지에 대한 정밀한 진단이다. 사실 단순한 계산이라면 AI 없이도 인간 지능과 계산기로 어느 정도 답을 낼 수 있다. 우리가 굳이 AI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그 속도가 빠를 뿐만 아니라 인간보다 훨씬 더 ‘정확한 답'을 내놓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문제는 답의 정확도가 결국 ‘정답의 기준’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저울 자체가 부정확하면 몸무게를 아무리 정밀하게 측정해도 의미가 없듯, AI가 학습하는 기준 데이터에 오류가 있거나 데이터 품질이 낮으면 초인공지능이라 할지라도 올바른 답을 낼 수 없다. 결국 데이터 기준을 세우는 것은 인간 몫이다.
다시 토양 유기물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현재 우리나라 농경지의 적정 유기물 함량 기준은 논·밭·과수원 등 작물 중심으로 설정돼 있다. 이는 과거 척박한 땅에서 식량 생산량을 극대화하기 위한 ‘비옥도 관점’의 기준이다.
하지만 식량 생산과 탄소 흡수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기후변화 시대엔 이 기준부터 재정립해야 한다. 적정 유기물 함량은 토양 내 점토 함량에 따라 결정되므로 토성(土性)을 고려한 세분화한 기준이 필요하다. 또한 유기물을 분해 민감도에 따라 세밀히 분석해 비옥도와 탄소 저장 능력을 각각 정밀하게 관리해야 한다.
농업부문이 진정한 AX로 나아가기 위해선 AI라는 도구에 걸맞은 ‘정확한 기준’과 ‘고품질 빅데이터’를 생산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현재 수준의 데이터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정밀한 토양 품질 기준 확립과 양질의 데이터 축적이야말로 우리 농업이 AI라는 날개를 달고 미래로 도약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다.
최우정 전남대 지역바이오시스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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